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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록의 개발 블로그
문돌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1탄 본문
살다 보면
인생에서 여러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그 선택이 옳고 그름과 성공과 실패를 떠나 어떤 큰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가보지 않은 길, 그 선택을 하는 건 언제나 무섭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수많은 감정이 교차된다. 그러나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있다.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나는 왜 개발자를 선택하였으며, 지금은 어떤 길을 걸어가고 있는지 그것에 대해 작성하려고 한다.
왜
개발자의 길을 걸어갔는가? 먼저 나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 한다. 세상에 이유 없는 선택이 어디 있겠는가? 외부환경이든 내부 환경이든 내적 갈등이든 어떠한 상황에서 나는 개발자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도 걸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쭉 개발자의 길을 걸어갈지 다른 길을 걸어 갈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머리도 나쁘고, 기억력도 그다지 좋지 않다. 더하여 머리 회전이 천재들 대비 그리 빠른 것도 아니다. 가진 것이 많지도 않다. 오히려 남들보다 평범하지 못한 상황을 항상 겪어 왔다. 아르바이트만 27곳을 할 정도로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으며 대학을 다닐 때도,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을 했었다. 주위의 친구들은 알바왕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얘기도 했다. 안쓰럽게 보는 친구도 있었다. 소위 쓰리잡도 뛰어봤다. 아침엔 학교를 가고 수업 끝나자마자 일하러 가고 새벽에 집에 들어갔다. 당연히 학교 성적은 좋지 않았다. 공부에 대해 그리 취미도 없었고 해야 할 이유도 몰랐다.
나이 좀 먹고 강산이 두 번 정도 바뀔 만한 시간이 흐른 후, 철이 좀 들어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긴 했다. 공부는 회계사 또는 세무사를 목표로 선택했다. 왜 회계사나 세무사냐 하면 학교 다닐 때 회계입문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흥미도 있었고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작은 것들을 합쳐서 커다란 것(재무제표)을 만든다는 것 자체에도 흥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해도 다른 과목에 대비 쉽게 쏙쏙 들어왔고..
첫 번째 목표
회계사였다. 회계사를 공부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과목도 많고 양도 많다. 경영학, 경제학, 중급회계, 고급회계, 원가회계, 세법, 세무회계, 감사 등 진짜 많다. 회계사를 시험의 자격요건도 세무/회계학 12학점, 경영 9학점, 경제 3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영어도 토익 700이 돼야지 응시자격이 생긴다. 나는 경영학부였고 회계입문, 원가회계, 재무회계 등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응시자격에는 문제가 없었다. 즉 공부만 하면 됐다.
그렇게 회계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했다. 1년 가까이 공부를 했었다. 다양한 과목들을 하나씩 각개 격파하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나
위에서 말했지만 나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다. 인생 처음으로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을 했으나, 집에다가 돈을 드려야 하는 상황 때문에 공부를 놓게 되었다. 휴학을 하고 돈 벌러 나갔다.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할 시간도 없었고 반쯤 포기했다. 그렇게 1년을 또 넘게 일을 했다.
스스로 내적 갈등이 심했다.
'처음으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일을 해야 하다니'
사실 그때 부모님을 원망하긴 했다. 짜증도 났다. 왜 내가 그런 상황이어야 하는가.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생각을 안 하는 것이었다. 너무 힘들었으니까. 술도 많이 먹었다. 술이야 원체 좋아했었으니까 상황을 핑계 삼아 더 마셨던 거 같다. 지금 보면 정말 미련했던 거지만.. 그때는 방황의 시기였다.
누구나 방황의 시기는 겪지만 나는 좀 더 겪었던 거 같다. 지금 와서 보면 방황의 시기에 겪었던 여러 내적 갈등과 아픔이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 큰 영향을 끼친 거 같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는 싫다
일하면서 계속 들었던 생각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게 되는 경력도 있지만 내가 평생 동안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일단 나랑 맞지는 않았다. 차라리 아르바이트를 할 바에는 일반 직장에 들어가서 돈을 벌자. 차라리 경력이라도 쌓을 수 있게..
준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회계사를 준비하기에는 어느 정도 가정에서 받쳐줘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 준비기간이 길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실행했던 전략은 회계 또는 세무 관련 자격증을 빠르게 따서 세무법인이나 또는 일반 기업에 들어가자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자격증을 준비하게 되었다.
재경관리사
먼저 준비했다. 책 살 돈과 인터넷 강의를 들을 돈도 없다 보니 중간중간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서 충당했다. 일하고 새벽에는 공부하고 아침에 공부하고 일하고, 시험을 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사실 정말 고됬다. 어느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냐면.. 재경관리사는 재무회계, 원가회계, 세무회계 3과목을 봐야 한다. 즉 책이 3권이 있어야 한다(단권화된 것도 있긴 했다). 거기다가 시험비도 약 7만 원 정도 되었다. 인터넷 강의는 꿈도 못 꿨다.
그래서 할 수 있었던 방법은 서점에 가서 책 보고 공부하는 방법이었다. 지금이야 서점의 환경이 많이 좋아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 자체가 협소하고 적었다. 그래서 바닥에 앉아서 봤다. 그리고 돈이 여유가 생겼을 때 책을 사서 봤다. 진짜 처절했다. 이 자격증 준비하면서 인내력과 독기가 생겼다. 여태까지 이룬 것도 하나 없고 성취했던 것도 없었는데 이것마저 떨어지면 '한강 가야 된다' 이 생각밖에 없었다.
작은 성취와 함께 전산세무 2급 전산세무 1급
결론적으로는 좋은 성적으로 '재경관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전에 회계사 준비하면서 공부했던 영향도 있겠지만 '사생결단'을 내고 공부했던 거라 떨어지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각 과목당 많아야 1~2개 틀렸다. 그 떄서야 '아 독기로 공부하면 되는구나'라고 깨달았다. 무엇인가를 이뤄본 적이 없었던 사람이 '작은 성취'를 맛본 것이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쳐서 전산세무 2급, 전산세무 1급을 준비하여 깔끔하게 다 한 번에 취득했다. 자격증을 취득했던 시기는 6월에 재경관리사, 9월에 전산세무 2급, 12월에 전산세무 1급을 취득했다. 그리고 취업준비를 했다. 그러나 녹록친 않았다. 불러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세무사를 목표로 그리고 복학
회계사는 세무사보다 공부량이 많다. 준비기간도 길어서 타협점으로 세무사를 준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취업에도 쓴 맛을 보았고 휴학기간도 길었던 상황이라 다시 학교를 복학했다. 그때가 27살이었다. 군대 휴학, 일반 휴학 합쳐서 5년 넘게 휴학을 했다. 그래서 복귀를 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렇게 학교를 복학하고도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 가서 공부를 했다. 물론 학교를 다니면서 일도 하고 정말 바쁘게 살았다. 생활비 대출까지 쫙 당겨서 버티기 식으로 일단 졸업은 하자라고 마음먹었다.
복학 후 중간고사를 끝낸 그 시점이 인생의 터닝포인트
주말에는 일을 했고, 평일에는 매일마다 학교 도서관에 갔다. 중간고사 끝나고 매일 같이 도서관을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교양서적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책꽂이에 있는 책들을 눈으로 훑어봤다. 눈에 띈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그 책은 이름하여 엠제이 드마코의 '부의 추월차선' , 신선한 충격이었다.
자기 계발서를 읽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한다. 여러 책들을 읽어봤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책'은 평소보다 더 공감했다. 아마 돈으로 고생했던 시기와 환경과, 한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하지 않았나 쉽다.
책의 내용을 기억하는 대로 적어보자면
막대한 부를 쌓은 사람의 공통점은 부의 추월차선을 탔다.
돈을 소비할 생각보다는 투자할 생각을 해라.
자신의 시간을 써서 돈을 버는 건 한계가 있다.
부의 추월차선은 자신의 시간을 써서 돈 버는 것에서 벗어나 돈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다. 그중에서 돈 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법론이 5개 정도 였는데 그 중에서 무자본으로 실행 또는 해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이었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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