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돌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3탄
2탄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문돌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 2탄 요약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중 사업에 대해 생각을 가짐
업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로 방향을 잡음
학교를 복학하고 '컴퓨터 공학' 복수 전공을 하기로 마음먹음
컴퓨터 공학을 복수전공으로 준비
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으로 했던 사람들은 알겠지만 과제의 난이도와 양부터가 상경대학원의 학부보다 일반적으로는 더 어렵고 많다. 4학년에 올 전공으로 42학점을 수강해야 하는 것을 마음먹었을 때, 3학년 겨울방학 때 부터 죽었다 생각하고 모든 시간과 역량과 정신력, 체력을 공부에 쏟아부었다. 먼저 준비했던 것은 C언어부터 시작해서, Java언어, 앱 개발에도 관심이 있었던 지라 안드로이드를 공부했다. CS 부분 중,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도 꾸준히 공부하며 준비했다. 사실 하나만 조져도 쉽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공부의 시간을 하루에 16시간으로 늘리고 밥 먹고 자는 것 빼고는 매일 같이 Input을 박으며 독기 품고 공부했다.
그러던 중 겨울방학에 개인 프로젝트로 앱을 하나 만들고 출시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2014 연말정산계산기' 이다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1만 다운로드를 했던 나의 첫 작품이었다. 타이밍 좋게 겨울이었고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관심이 많아지던 때였다. 그 당시 국세청의 연말정산 애플리케이션에서는 2014년 개정세법 버전이 제공되지 않았고 '자녀세액공제' 관련한 버그도 있었다(관련 부서에 연락했지만 자기 관할 아니라고 하더라..) 그리고 UX관점에서도 결과를 보는 것도 불편했다.
그 상황에서 개정세법은 유일하게 나의 작품에서만 제공했었다.(그 당시 연말정산 검색하면 국세청과 쌍두마차로 나란히 올라갔다.) UI나 UX도 상대적으로 나았다. 그 부분이 사용자가 겪는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라고 본다. 의미가 깊은 부분은 일반적인 개발자라면 사실 세법을 잘 모른다. (그쪽 업계가 아닌 이상) 하지만 나는 상경계 지식과 회계와 세무를 공부했기 때문에 개발 지식과 융합하여 작품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종합소득세에 대한 알고리즘을 알아야지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 이 수업 왜 듣니?
여러 교수님들 한테 지겹도록 많이 들었던 소리다. 파릇파릇한 학생들 사이에서 늙다리 고학번에 4학년에 경영학부 학생. 이게 내 타이틀이었다. 지금은 상경계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복수전공을 많이 하는 트렌드지만, 그 당시에는 '유일' 하게 문돌이 었다. 아는 사람도 없었고 혼자였다.
이해는 되니? 복수 전공한다고? 안될 텐데..?
라고도 여러 교수님들 한테 지겹도록 많이 들었다. 교수님들은 의심의 눈초리였다. 걱정하는 분도 있었지만 무시하시는 분도 있었다.(대부분 자기 과 애들을 더 챙기신다) 일단 고학번 문돌이 4학년이 복수 전공하겠다고 수업 듣는 케이스는 정말 흔치도 않았고 그때까지만 해도 존재하지도 않았다. (지금도 이런 극단적 케이스는 없긴 하다)
나의 의지와 능력을 증명
해야만 했다. 매번 교수님을 찾아가서 모르는 것들, 이해가 힘든 것들을 물어봤고 과제부터 시작해서 출석체크 시험공부 진짜 미칠 정도로 했다. 하루에 4시간 자는 건 기본, 밤새는 날도 많았다. 남들보다 정말 많이 늦었기에 할 수 있는 건 독기를 품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웠으나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교수님들의 인식이 달라졌는지 강의시간에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나한테 많이 물어봤고, 더 챙겨주시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몇 명의 Native 컴퓨터 공학과 애들과 복수전공을 하려는 애들 그리고 수학과 애들을 알게 됐다. (추후 이야기와 연관됨)
1학기의 성적은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전공 7개, 대략 A가 2개 정도 A+이 5개였던 것 같다. 4.3 정도 됐었으니까. (그런데도 학기 석차 27등이었다. 등수는 경영학부애들하고 줄 세우더라.. 장학금..ㅠ) 나쁘진 않은 성적이었다. A가 2개로 미끄러진 것이 좀 가슴 아팠다. 나름 죽어라 공부했는데 '프로그래밍 언어 구조론'과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뒷심이 약했다. 아쉬웠지만 하면 된다 라는 것을 내적으로도 자신감을 얻고 남들에게 외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었다.
(교수님들도 이후엔 응원하셨다..!)
'컴퓨터 공학'으로 졸업을 하려면, 일단 '졸업작품'을 준비하고 제출해야 하는데 이 것 때문에 더 고생했다. 졸업작품은 보통 4학년 1학기부터 2학기까지 1년에 걸쳐서 검토받고 제출해서 패스받아야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다. 나는 복수전공을 시작하자마자 '졸업작품'을 준비해야 했으니 진짜 죽을 맛이었다.
4학년 여름방학을 또다시 부족한 기초 공부와 내공 쌓기, 졸업작품 준비에 매달렸다.
그리고 2학기를 맞이했고 다시 미친 듯이 달렸다.
2학기의 성적은
All A+, 학점 4.5 운이 좋게도 이번에는 미끄러지지 않았다. (학기 석차 1등, 등수는 경영학부 애들하고 여전히 줄 세웠다. 아직 전공이 컴퓨터 공학은 아니기에.) 뒷심도 좋았고 마무리도 좋았다. 살면서 4.5를 받아본 적은 없었기에 더 기뻤다. 그리고 걱정 해왔던 부모님과 나의 친구들, 그리고 강의도 같이 들으면서 알게 된 동갑내기 친구, 또는 동생들. 모두 고마웠다. 많은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졸업을 하려면, 경영학부 시험과 컴퓨터공학 졸업작품 전시회 둘 다 마쳐야 했는데, 이것도 무사히 통과했고 졸업작품은 학과 내에서 우수상을 받아 30만 원 GET! 하는 아주 작은 성과를 이뤘다.
졸업작품 명은 어린이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PanKiz'였다. 수학과에서 컴퓨터 공학으로 복수 전공하는 동생을 알게 돼서 같이 팀을 먹고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은 그 동생 뭐 하고 있으려나..)
그렇게 경영학사, 공학사 두 가지 전공 졸업장을 얻었다.